그레이존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두근두근 로더
배민 디자인실 공통 서비스 디자인팀의 이종석이 우아콘 무대에서 "누군가는 해야 했던 배민의 그레이존"을 메운 이야기를 연다. 그레이존은 본래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부분을 가리키는 경제 용어인데, 일하는 과정에서 업무 분장이 애매한 회색 영역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발표자는 요플레 뚜껑 대 쭈쭈바 꼬다리 같은 밸런스 게임으로 그 '애매함'을 직접 체험시키고, 화려한 수트의 안감이나 자동차 주유구 안쪽처럼 잘 안 보이지만 품질의 신뢰감을 좌우하는 '디테일'이라는 또 하나의 특성을 짚는다. 애매함과 디테일, 이 둘이 그레이존의 핵심이다.
첫 사례는 너무 오래되어 낡아버린 배민 공통 로더다. 디자이너 Z는 앱 곳곳에서 묘하게 제각각이고 톤앤매너와 어울리지 않는 로더들을 발견하지만, 누가 담당인지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뿐이었다. 그렇게 빈틈을 직접 맡기로 결심하고 문제를 파고드니, 다섯 종류의 로더가 명확한 기준 없이 쓰이고, 두 로더가 번갈아 중첩되어 완성도를 떨어뜨리며, 최초 제작자가 "철학처럼 최고가 되어" 회사를 떠나 의도조차 전해지지 않은 채 유지보수가 끊겨 있었다.
개편 목표는 여러 서비스 공통 적용, 정해진 기준에 따른 사용, 기다림의 순간을 유쾌하게, 그리고 배민다운 스토리텔링 네 가지였다. 점·물성·라이더 움직임 등 수많은 시안을 거쳐, '기다림의 설렘'을 심장박동으로 표현한 두근두근 로더가 탄생한다. 디자인만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사용 기준 10줄로 600여 개 노출 지면을 정의하려던 시도는 유관부서 리뷰에서 "택도 없다"고 판명났고, 결국 디자이너·PM·개발자가 합심해 2~3페이지짜리 정책서와 모든 지면의 로더를 수기로 채워 넣는, 누구도 챙기지 않던 '진짜 그레이존'까지 메우게 된다.